이탈리아를 떠나 스위스에 도착한 첫째 날, 처음부터 꼬일 때로 꼬인 날이었다. 로마 역에서 사기를 당해 기차를 놓치고 서둘러 달려간 공항에는 예약에 문제가 생겨 하필 비행기 탑승 10분 전에, 목적지까지 걸어서 20분이나 소요되는 거리를 15kg의 배낭을 메고 5분 안으로 뛰어서 도착해야만 했으며, 스위스에 도착해 숨 좀 돌릴 겸 몽퇴르에서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숙소로 향하는 기차를 잘 못 타기까지 했다.
좋지 않은 일들은 왜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오는지,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오늘이 내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환승하기 위해 스피치 역에서 내려 기차를 기다리다고 있었는데, 바로 역 앞에 있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 그림처럼 선명하게 뜬 무지개 하나가 잔뜩 지친 나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다. 이 무지개를 만나기 위해 이제까지 그런 역경을 이겨낸 걸까.
행복이란 참 이렇게 단순하다. 내게는 가질 수도 없고, 굶주린 배를 채우지도 못하는 그 무지개가 고단한 하루 끝에 받은 귀중한 선물같았다.
*구성품 엽서 10종, A3 size 포스터 2종, 소개글, 필름 인화 사진 1종 (랜덤) * 엽서북에 포함된 포스터는 4단 접지되어 발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