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film 2020[moment of 2020]@yam_ki 홍콩에서 지내다 온 동생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선물 받았다. 연초엔 항상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두는 편인데, 이번 연도 계획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괜히 선물 받은 카메라에 의미를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계절을 기록하는 멋진 일이 떠올랐다. 연말에 풀어볼 선물 꾸러미라는 생각에, 셔터를 눌러보기도 전에 기분부터 좋았다. 그것은 아직 봄도 시작되기 전 어느 추운 겨울날 이었다. 일 때문에 서울로 급히 이사를 왔기 때문에 방엔 아무것도 없었다. 방 내부 사면 모두 흰 벽지로 깔끔했고 이제부터 여기를 채워갈 생각뿐이었다. 빈 카메라 필름 통 같은 방 안에서 나와 일회용 카메라만 덩그러니 있었다. 변변한 테이블도 없었기 때문에 카메라 자리는 나의 만능 수납 상자 위를 차지했다. 만능 수납 상자의 용도는 정말 무궁무진했다. 잡동사니를 넣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있었고, 뚜껑을 덮어 화장품과 손거울을 놓아 화장대로도 사용하였다. 물론 내 앉은키에 딱 맞는 밥상이 되어 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며, 가끔 손님이 오면 배달음식을 멋지게 그 위에다 차려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그 잡동사니 속에 카메라를 보관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만큼 작고 소중했다. 사람은 괜히 엄한 것에도 의미 부여를 부여를 하게 된다. 이 일회용 카메라가 '나의 일 년' 이란 생각을 하니 좋은 것만 찍고, 좋은 곳에 두고 싶어 잡동사니 속에 함부로 섞이는 것은 스스로에게 용납이 안됐다. Photography ⓒ 2020 Othco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