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의 방 (2025)

Oth는 ‘삶이라는 바다를 항해한다’는 모토 아래,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 이들을 위한 도구를 만들고 그 여정의 흔적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문집의 다섯 번째 방, 다양한 기억의 집을 지어주고자 탄생한 ‘접촉의 방’은 기억과의 끊임 없는 접촉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며 내 삶의 가치를 올려주고 나에게 기원을 두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삶의 본질은 자신을 보존하고 확인하려는 의지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보존은 멈춰 세우는 일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인식하는 일입니다. 기억을 기록하는 행위는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나의 기원을 찾아 지금 이 자리의 나로 다시 존재하게 하는 과정인 셈이죠. ‘접촉의 방'이 마련한 다양한 기억의 집들을 천천히 거닐며, 보고, 듣고,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나와 맞는 기록 방식을 찾기를 바라며, 마침내 이곳을 떠나는 순간 미래를 예측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닌 유연한 마음으로 매 순간의 작은 변화를 관찰해 보세요. 기억은 과거의 그림자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빛입니다. 그 빛이 조용히 당신 안에 머물러 또 다른 시작을 비추어주기를 바랍니다. <접촉의 방>2025년 10월 23일 - 2025년 11월 1일장소 / 사진제공. 가정식 패브릭 바로가기 전시에 큰 도움을 주신 분들. 가정식 패브릭 part1. 접촉을 통해 남겨지는 흔적 버튼 하나로 생성되는 가상의 이미지가 아닌 사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기록되는 방식을 소개합니다.사진의 시초였던 시아노타입 (Cyanotype)은 감광된 표면과 사물이 닿는 순간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진 기법입니다.종이 위에 바른 감광액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빛이 닿은 부분은 짙은 청색으로 나타나고, 가려진 부분은 밝은 여백으로 남습니다.이 과정에서 사물이 종이와 접촉하는 방식과 위치, 빛의 강도와 시간 등이 최종 이미지의 질감을 결정하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감광액의 농도, 표면의 질감, 날씨에 따라 다양한 푸른색이 나타납니다. 덕분에 매번 다른 우연성과 사물과 빛의 접촉하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결괏값을 통해 매일 똑같은 풍경이더라도 시아노타입의 힘을 빌리면 색다른 시야를 발견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너무나도 쉽게 생성되고 사라지는 수많은 이미지들 속에서, 이 느리고 번거로운 시아노타입의 과정을 통해 당신은 어떤 순간을 기록하고 싶나요? part2. 나를 존재하게 하는 장면 사람들에게 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 무엇이냐 물으면 열에 아홉은 가장 사소한 일상 중 한순간을 뽑았습니다.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카페에서 마시는 따뜻한 라떼,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은 요리, 동네 산책하다 만난 고양이들, 공원 잔디 위에서 즐긴 낮잠,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달린 해안 도로, 빈티지 숍에서 찾은 나에게 딱 맞는 옷, 이동하면서 읽은 책, 한 그루의 나무, 바람을 타고 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매일 뜨고 지지만 늘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해. 삶은 너무나도 사소한, 지나쳐도 상관없을 가느다란 실 같은 얇은 일상들이 직조되어 견고한 삶을 이룹니다. 지금 내가 듣고 보고 느끼는 것들이 나를 만드는 것처럼 결국 나를 살게 하는 건 이토록 일상적이고 보통의 것들인 것처럼, 당신을 살아가게 했고 살게 하는 풍경들은 어떤 장면인가요? part3. 설렘은 삶을 경이롭게 해주는 묘약 제가 꽃을 사랑하는 이유는 성별과 나이 상관 없이 모두에게 비슷한 기쁨을 주면서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며 전달하는 이도, 받는 이도 동일한 감정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3년동안 매주 꽃 수업 후 버려지는 꽃들이 아깝고 소중한 이에게 받은 마음들이 시들면 휴지통에 버려지는 것이 죄스러워 시작했던 것이 압화에요. 어느 기억은 시들지 않게, 빛이 바래지 않는 곳에 보관 후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을 때마다 꺼내고픈 순간들이 있습니다. 압화는 소중한 이에게 받은 마음을 시들어 버리지 않게 해주고 매 순간 다른 감정을 선사하는 꽃의 찰나인 순간을 길게, 어쩌면 영원히 연장해 주는데 도움을 주는 행위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기다림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부터 필름 사진과도 꽤 닮았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작업했지만 실패한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의 실망감을 자본삼아 다시 시도한 후에야 맛본 성공의 짜릿함은 번거롭고 수고로운 이 작업을 도통 끊을 수 없게 만들어요. 게다가 꼭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구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난 작은 행복의 조각들을 음미하다보면 보이지 않던 기쁨들이 내 곁에 이리도 많은 형태로 존재한다는 걸,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관점을 조금만 바꿔도 일상 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발굴해낼 수 있다는 것과 행복은 소유가 아닌 경험의 향유로 가능해진다는 것을 압화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매일 만나는 일상 속 설렘은 무엇인가요? part4. 자발적 고독 재정비가 필요하다 느껴진 순간부터 스스로 고립된 삶을 선택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제껏 저는 돈에 쫓겨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제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사무치게 떨려 왔는지 그간 망각하며 사느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입니다.자발적인 고립을 통해 그동안 응집해왔던 것들을 분해하고 재결합하는 시간에 중점을 뒀습니다. 대단히 해낸 일도 없고 그렇다고 또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 또한 없지만 그럼에도 저의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온몸의 감각을 열고 익숙한 것도 낯설게 바라보는 법을 터득하다 보면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하루하루 여행을 하는 것처럼 살 수 있는 법도 깨달았고요. 덕분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만 된다고 생각했던 도피는 사실 거리와 장소 구분 없이 고립을 통하여도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어쩌면 단절은 나아감을 위함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저를 둘러싼 우주를 독대하고 어지럽게 공존하던 내면의 목소리를 곱씹어 소화시킬 수 있는 ‘나의 동굴’도 만들었습니다. 어딘가에 속해있으려 부단히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그저 온몸에 힘을 뺀 채 물 위에서 하염없이 부유하기만 하면 되는 이곳은 제가 방황할 때마다 길을 안내해 줄 등대이자 나를 선명히 존재하게 하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될 정거장이 됐어요.당신의 동굴은 어떤 것들로 이루어져 있나요? 1.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근원지는 자신의 쓸모를 찾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일을 통한 성취감으로부터 에너지가 생성되어 더 높은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것 같다. 쇠락의 상태까지 갔다가 기존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용모를 변용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립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는 시간을 꽤 오랫동안 가졌다. 그저 단순히 브랜드를 만들면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고 시간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명료한 목표의식 없이 일차원적으로 생각했던 건 역시 무모한 일이었다. 추진력 하나만 가지고 벌려둔 일들을 수습했던 나의 한계를 알고 부딪히고 튕겨나가다를 반복하며 얼마나 많은 무력감을 얻었나. 그렇게 해서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양의 책을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고 매일 밖으로 나가 목적지 없이 걷는 연습을 하다 보니 핀터레스트라는 늪을 탈출해 책과 일상 속에서 해답을 찾는 연습을 하고 가상세계를 벗어나 진짜 세계를 만끽했다. 진짜 현실 세계인 이곳은 격동하는 파도가 치고, 세상의 모든 색이 섞여있는 팔레트를 지닌 새들이 지저귀며 진짜 바람이 피부를 간지럽히고 나무들은 계절마다 다른 옷차림으로 인사를 건네왔다. 1. 한 브랜드를 5년째 운영하다 보니 확실하게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내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확신과 그걸 오래도록 끌고 나갈 수 있는 지속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초반에 반응이 없다고 거기서 주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뜻이다. 어쩌면 꽃이 피기 전에 스스로 줄기를 잘라버리는 것과 똑같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관심을 기울이고 꾸준하게 물을 주다 보면 언젠가는 생명력을 가득 머금은 결실이 인사를 건네올 테니. 2. 늘 A급이 나오기까지 기다리지 말 것. B급 여러 개가 모여 새로운 기회와 능력을 쌓게 만들고 그러면 어느덧 자연스레 A급으로 진화된다. A급을 마냥 기다리다 간 사람들에게 잊히기 십상이다. 그러니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세상에 마구잡이로 던질 용기. 반응이 없어도 새로운 관문을 깼다는 성취감, 부담 없이 기쁘게 놀면서 행하는 것들이다. 3. 사업을 하다 보면 꽤 오랜 시간을 거쳐 배우는 것들을 단시간 안에 배우는 것 같다. 울타리 안보다 밖이 더 예측불가한 상황들이 펼쳐지는 건 맞지만 그 장애물과 기회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나의 세계가 확장될 수도, 반대로 축소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든 것들에 대한 확신. 내 제품에 대한 확신. 내 브랜드에 대한 확신. 내 사진에 대한 확신. 내 글에 대한 확신.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에 대한 확신. 꼭 제품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기획할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듯 읊조리는 말들이다. 내가 확신이 없는 제품은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도 좋아해 주기란 쉽지 않다. 트렌드에 휩쓸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상실하고 겉멋에 취해 어줍짢게 따라했다가는 결국 내 색깔을 잃어버릴 것이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 그걸 내 목소리로 꾸준히 말하고 지속하는 지구력도. 결국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실패와 성공, 승패는 없다. 그저 내가 충실히 임했느냐. 전속을 다했느냐. 이 일을 하면서 행복했느냐를 가장 일 순위에 둬야 한다. 내 스스로 착취하는 삶은 결국 무너지지 마련이니까. part5. 회고의 집 무엇이든 쉽게 질려버리는 저에게는 10년동안 단 한 번도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온 일이 딱 한가지 있습니다. 그건 바로 ‘글 쓰기’.매일같이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죠. 글을 쓸수록 점점 더 선명해지는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거나 생각의 실타래가 엉킬 때면 저는 노트를 펼치고 펜으로 문을 두드려 저와의 대면을 시작합니다.특히 흩어져 있던 오감이 하나로 모이는 밤이 되면 침묵 속에 누워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은 채 더욱 깊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깃들어 올릴 수 있죠. 같은 하루를 살아도, 글을 쓰는 밤에는 마치 두 번의 삶을 경험하는 것처럼 풍성한 마음이 깃듭니다.글을 쓰고 싶지만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 늘 노트를 덮게 되는 분들과 밤에 쓰는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어둠을 응시하고 희미한 빛을 모아 자신의 길을 찾아내는 ‘올빼미 배달부’의 글감 쪽지를 전합니다. 하루에 하나 씩, 올빼미 배달부가 전해주는 글감 쪽지를 통해 종이라는 거울 위에서 나 자신을 이어주는 실이 되어 발굴되지 않았던 나의 언어를 찾을 수 있기를. 그렇게 써내려간 기록들이 언젠가 구원의 실마리가 되고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데 작은 단서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밤은 고요하지만 그 속엔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빼미 배달부는 오늘도 조용히, 당신의 밤을 향해 날아갑니다. 1. 도현이가 떠난 이후 나는 내리 잠만 잤고 너무 많은 잠을 한 번에 소모하다 보니 깨어있을 땐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새로운 글이 끝없이 생산되는 미디어로 도망쳤다. 눈을 뜨나 감으나 수시로 도현이의 별이 사그라드는 모습이 반복되자 나는 종종 도현이를 자신이 데려와 놓고 끝까지 책임을 내게 전가한 가족이 원망스럽다가도 한편에선 또 남 탓이냐며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도현이를 만나게 해준 장본인이니 고마워하라고 다그쳤다.​도현이가 떠난 당일 밤에는 남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지만 나는 잠만 자느라 남동생의 전화도, 그다음 날 이어진 엄마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다른 이들의 연락을 피하다 정확히 일주일 뒤 도통 연락하는 법 없는 아빠에게 연락이 왔을 때는 이제 도현이가 남기고 간 흔적을 봐도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는 상태이길래 나는 또 이게 괜찮아진 신호로 받아들이고 전화를 받았다. 이제는 괜찮냐는 물음에 나는 진짜 괜찮다고 그동안 충분히 많이 슬퍼했다 답하자 "아빠는 마음이 너무 찢어질 것 같은데. 나는 괜찮지 않아."라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처음 마주한 아빠의 연약한 모습에 기어이 예정에도 없던 눈물이 불청객처럼 끝끝내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내 슬픔을 강요하는 것 같아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건 딱 질색인데. 나의 치부를 들킨 것 같아 괴롭다가도 마찬가지로 장녀의 눈물을 어릴 때 이후로 처음 마주한 아빠는 계속 안절부절못해하며 "아빠가 괜히 전화했나 보다. 미안해."라는 말만 반복하며 자신이 죄인인 된 것처럼 자책하면서도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심 하나만 기가 막히게 내세우는 내 울음이 길어지지 않도록 먼저 전화를 끊어주는 건 아빠만의 배려이자 위로라는 것을 알았다. 도현이의 유골은 함께 인도 여행을 떠났던 천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영월에 묻어주기로 했다. 다 죽어가던 생명들도 그곳에 자리를 잡으면 하늘 무서운지도 모르고 위로 솟아 나는 곳. 뭐든 심기만 하면 풍족하게 자라나는 비옥한 땅에. 목줄을 하지 않고 자연을 품은 채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드넓은 곳으로.땅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도현이를 어디에 묻어주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사장님이 아량을 베풀어주신 덕에 도현이를 매년 매 계절마다 찾아가 인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나는, 나는 도대체 내가 뭐라고 주변 사람들한테 빚만 지는 걸까. 내 생은 어찌나 많은 이들에게 빚을 졌는지. 한창 못나던 마음이 폭주했을 때 제 화에 이기지 못해 스스로 갉아 먹히고 있을 무렵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떠났던 날 이른 아침에 건네준 다정한 안부가 나를 살게 했듯. 나는 그들이 베풀어준 다정한 마음을 받아 나의 땅에 심고 그 땅 위에서 싹이 나면 건강하게 가꾸어 나가기 위해, 억지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마음들을 잘 보살피고 싶어 스스로 삶의 운전대를 잡지 않았나.​슬픔을 제때 마주하지 못하면 추후에 더 큰 고통과 후회로 돌아왔기에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늘 도망자 신세로 살았던 내가 이번에는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일 도현이를 그리워하며 글을 썼고 눈물이 쏟아 나오는 만큼 여태껏 붙잡고 있던 도현이를 천천히 놓아 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한바탕 마음에 쌓인 응어리들을 활자로 토해내고 나면 조금은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글을 쓰는 행위는 나를 슬픔에서, 불안에서, 고통에서, 두려움에서, 회피에서, 정념에서, 비겁함에서, 속박에서, 곤궁함에서,책망에서 해방 시켜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나는 마침내 그토록 부인했던 사랑을 받는 법을 알았고, 그것들을 자주 곱씹고 나누고 회고함으로써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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